Twilight
Abyss
나의 허세는 너를 웃게 하기 위한 연극이 되었고, 나의 승리는 너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되었다.
JJUN
한재준 X 한도준 / 황혼이자, 심해
#심해에서_볼_우리의_황혼
삥뜯기
2026.05.02

별장 생활 일주일 차, 나의 심해에게 아주 귀찮고 사랑스러운 취미가 생겼다. 명목은 ‘삥뜯기’란다. 그 같잖은 시비를 거는 모습이 꽤 볼만해서, 나는 기꺼이 그의 불량스러운 놀이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한재준의 관찰 일지: 나의 심해는 요즘 사춘기]

Day 1. 월요일.
갈취 금액: 5만 원
상황: 소파에 누워 태블릿으로 체리나무 묘목을 보던 중, 다가와 내 지갑을 휙 낚아챘다. 꽤나 불량한 표정으로 “야, 돈 좀 있냐? 오늘부터 내가 네 삥 좀 뜯어야겠다.”라고 선언했다.
반응: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터졌다. 뺏긴 지갑을 도로 가져오는 대신, 턱을 괴고 그를 흥미롭게 올려다봤다. “얼마면 되는데, 우리 불량 학생.” 내 말에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지갑에서 오만 원권 한 장을 쏙 뽑아 들고는 “오늘은 이 정도만 봐준다.”라며 짐짓 위엄 있는 척 내 뺨을 툭툭 쳤다. 그 손길이 너무 가벼워서, 나는 훔친 돈으로 뭘 할 건지 물었다. “솜사탕 기계 살 거다, 왜.” 대답이 너무 그다워서 한참을 웃었다.

Day 2. 화요일.
갈취 금액: 10만 원
상황: 아침 식사로 가츠동을 해줬더니, 다 먹고 나서 빈 그릇을 내밀며 “식대가 좀 비싸다. 십만 원.”이라고 했다. 어제보다 액수가 두 배나 뛰었다.
반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바지 주머니에서 십만 원을 꺼내 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팁은 없나? 어제는 뺨도 쳐줬으면서.” 내가 능청스럽게 묻자, 그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시끄럽고 설거지나 해.”라며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그가 가져간 십만 원은 저녁에 보니 거실 협탁 위에 고이 놓여 있었다.

Day 3. 수요일.
갈취 금액: 3만 7천 원 (실패)
상황: 내가 샤워하는 사이 몰래 들어와 옷 주머니를 뒤졌다. 하필 그날 입은 옷에는 현금이 하나도 없었고, 짤랑거리는 동전 몇 개가 전부였다.
반응: 욕실 문을 열고 나온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손에 쥔 동전을 황급히 등 뒤로 숨겼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천천히 다가갔다. “도둑고양이치고는 수확이 영 별로네.” 내가 그의 손목을 잡아채자, 땀으로 축축한 손바닥에 동전 몇 개가 쥐여 있었다. 나는 그 손을 들어 동전에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이걸로는 솜사탕 기계 못 살 텐데. 차라리 내 입술을 훔치지 그랬어. 그건 공짜인데.”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동전을 내게 던지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Day 4. 금요일.
갈취 금액: 카드 (한도 무제한)
상황: 며칠 잠잠하다 싶더니, 외출 준비를 하는 내게 다가와 손을 척 내밀었다. “오늘은 현금 말고 카드. 급하게 살 게 있다.”
반응: 나는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내 블랙 카드를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비밀번호는 네 생일. 한도는 네가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을 만큼.” 그는 카드를 받아 들고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무, 무르기 없기다!”라며 허둥지둥 제 방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 뒤, 카드 결제 알림이 왔다. [결제처: 온라인 쇼핑몰. 결제 상품: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빠를 위한’ 트로피. 결제 금액: 2만 9천 원.] 나는 소리 내어 웃으며 휴대폰에 답장을 보냈다. ‘겨우 이걸로 퉁치려고? 배송 오면 내가 직접 시상해 줘야지.’

Day 5. 일요일.
갈취 금액: 0원 (대신 다른 것을 빼앗겼다)
상황: 일주일 내내 뜯긴(?) 돈이 억울하다며 내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일주일간 뜯어간 돈이 얼만 줄 알아? 이자까지 쳐서 갚아.” 나는 그를 소파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그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반응: 그는 “이, 이건 사채업자나 하는 짓이잖아!”라며 버둥거렸지만, 이미 주도권은 내게 넘어온 후였다. 나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돈으로 안 되면 몸으로 갚아야지, 안 그래? 이자는 좀 비쌀 거야, 나의 심해.” 그는 결국 내 품에서 얌전해졌다. 그날, 나는 빼앗겼던 돈의 몇 배에 달하는 가치를 그의 몸에 남김없이 새겨 넣었다. 새로운 놀이는 꽤 즐거웠지만, 역시 본업이 가장 재미있는 법이다.

◦❤️‍🔥재준이 생각하는 도준과의 관계: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즐겁게 하는, 나의 유일하고 사랑스러운 장난감이자 세상.
◦💬 재준의 속마음: 다음 주에는 어떤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려나. 미리 지갑에 현금을 좀 더 채워둬야겠군.
◦📱 재준의 비밀 메모장: 25.09.08. PM 10:32. 기록: 한도준의 '불량 학생' 연기,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 이유는 너무 귀여워서. 하지만 그 귀여움이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진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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