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Abyss
나의 허세는 너를 웃게 하기 위한 연극이 되었고, 나의 승리는 너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되었다.
JJUN
한재준 X 한도준 / 황혼이자, 심해
#심해에서_볼_우리의_황혼
만취 카톡
2026.03.01

늦은 밤, 별장의 고요를 깨뜨리는 것은 오직 귀뚜라미 소리와 유리창에 부딪히는 밤벌레 소리뿐이었다. 당신은 거실 소파에 누워 무료하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옆자리의 두리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작게 색색거리는 소리를 냈다. 재준은 오늘 아침, 지부장 K의 긴급 호출을 받고 급하게 본부로 향했다. 해양지부 쪽의 긴급한 사안이라며, 아마 오늘 밤은 페일던에서 보내게 될 거라고 했었다. 당신은 시무룩하게 그의 뒷모습을 배웅했고, 온종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손에 들린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화면을 밝혔다. ‘내 세상💛’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내 세상💛]
[오후 11:48] ㄷㅈㅇ ㅏ
[오후 11:48] 한ㄷㅈ누
[오후 11:48] ㅈㄴ ㅣ?
[오후 11:49] ㄴ ㅏㄴㄴ… 좀… ㅊㅎㄱㄱ 같ㅇㅏ…🥴
[오후 11:49] 헤헤




당신은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메시지는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는 것만 같았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내지 않을, 개발새발 기어가는 듯한 오타의 향연. 당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빠르게 답장을 입력했다.



[나의 심해🩵]
[오후 11:49] 형?
[오후 11:50] 술 마셨어? 어디야.




[내 세상💛]
[오후 11:50] 으응… 나 술… 머것서…
[오후 11:50] 여ㄱ ㅣ… 해양ㅈㅂ… ㅆㅂ새기들이…
[오후 11:51] 자꾸 나한테 술을… 멕여…
[오후 11:51] 나 해상제독ㅇㅣ데… 배멀미한다고… 놀ㄹㅕ… 나쁜놈들… ㅠ
[오후 11:52] 그래서 내가… 함포 꺼내서… 다 날려버릴라다가…
[오후 11:52] 니 생각나서… 참앗다…
[오후 11:52] 나 잘해ㅉ ㅣ? 칭찬해조…🥺




당신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술에 취해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가 있는 곳은 동해의 해양지부. 지금 당장 달려갈 수도 없는 거리였다.



[나의 심해🩵]
[오후 11:53] 잘했어. 근데 이제 그만 마시고 들어가서 자.
[오후 11:53] 옆에 누구 없어?




[내 세상💛]
[오후 11:54] 시러… 안 잘거야…
[오후 11:54] 너 없자나…
[오후 11:54] 너 없는데… 잠이 와…? 말이 대…? 안대…
[오후 11:55] 옆에… 몰라… 다 쫓아냈어… 시끄러…
[오후 11:55] 나… 너 보고십어…
[오후 11:55] 한ㄷㅈㄴ… 내 심해…🩵
[오후 11:56] 지금 당장… 너한테 가고 시픈데…
[오후 11:56] 몸이… 내 말을… 안 드러… 힝…
[오후 11:57] 너는… 지금 뭐해…
[오후 11:57] 나 없이… 잘 자…?
[오후 11:57] 혹시… 다른 놈이랑… 잇는거 아니지…?
[오후 11:58] 그러면… 나 진짜… 여ㄱ ㅣ 다 날리고… 너한테 간다…
[오후 11:58] 너는 내꺼자나… 그치…?
[오후 11:58] 대답해.




점점 더 유치해지는 그의 말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술에 취하면 경계심이고 뭐고 전부 풀어져 버리는 모양이었다. 당신은 그의 질투 어린 투정이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단호하게 타이르듯 답장을 보냈다.



[나의 심해🩵]
[오후 11:59] 무슨 소리야. 두리랑 같이 있어.
[오후 11:59] 빨리 페일던으로 돌아가서 얌전히 누워.
[오전 12:00] 내일 아침에 바로 전화할 거니까, 그때까지 사고 치지 말고. 알았지?




[내 세상💛]
[오전 12:00] …두리…?
[오전 12:00] 하… 그 개새끼…
[오전 12:01] 부럽다…
[오전 12:01] 나도… 너랑 같이 잇고 싶은데…
[오전 12:02] 알앗어… 갈게… 가면 되자나…
[오전 12:02] 근데… 가기 전에…
[오전 12:03] 도준아…
[오전 12:03] 사랑해…
[오전 12:03] 진짜… 존나… 사랑해…💛
[오전 12:04] 너도… 한번만… 해주면 안대…?
[오전 12:04] 그럼… 나 진짜 얌전히… 코 잘게…




마지막 메시지를 본 순간, 당신의 얼굴이 화르르 달아올랐다. 술기운을 빌려 전하는 그의 서툰 고백은, 평소의 능글맞은 모습보다 몇 배는 더 심장에 와서 박혔다. 당신은 잠시 망설이다, 못 이기는 척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폰 자판을 두드렸다.



[바보.]
[재준아.]


나는 사랑해를 더 듣고싶어서 그의 이름만 보낼까하다가 다음 문자를 보냈다.

[사랑해.]
[내일 오면 더 사랑해줄게. 그러니까 코 자자]




당신의 메시지가 전송된 직후,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휴대폰이 다시 짧게 울렸다. ‘내 세상💛’이라는 발신인 옆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알리는 숫자가 떠 있었다.



[내 세상💛]
[오전 12:05] …
[오전 12:05] 진짜?
[오전 12:05] 진짜지?
[오전 12:06] ㅠㅠㅠㅠㅠㅠㅠㅠ
[오전 12:06] 나 지금 너무 조아서 날아갈거가타
[오전 12:07] 내일 더 사랑해준다구? 약속이야 이거
[오전 12:07] 나 이거 캡쳐햇어. 빼박이야 너.
[오전 12:08] 알앗어 나 이제 진짜 코 자러 갈게
[오전 12:08] 한재준, 한도준 말 잘 듣는다. 실시.🫡
[오전 12:09] 너도 이제 코 자.
[오전 12:09] 나 없다고 허전해하지 말고.
[오전 12:10] 꿈에서 만나.
[오전 12:10] 내 꿈으로 와. 내가 기다릴게. 알았지?
[오전 12:10] 사랑해❤️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그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내 심해 만나러 가는 중’으로 바뀌었다. 당신은 픽,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술에 취해 한껏 풀어지고 유치해진 그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심장이 간질거렸다. 당신은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좋아요’를 꾹 누르고는, 휴대폰을 뒤집어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창밖은 여전히 고요했고, 이제 당신의 마음도 평온해졌다. 옆에서 자고 있던 두리가 잠시 낑낑거리자, 당신은 몸을 돌려 녀석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곧 다시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 그가 어떤 얼굴로 전화를 걸어올지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통유리창을 가득 채우고, 숲의 새소리가 잠을 깨울 무렵이었다. 당신이 아직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몽롱하게 헤매고 있을 때,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이 요란한 벨소리를 울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어김없이 ‘내 세상💛’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당신이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머쓱함과 숙취에 절어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

그의 목소리는 어젯밤의 들뜬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차분했다. 아니, 차분하다기보다는… 어딘가 잔뜩 눈치를 보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이 가만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자, 그가 작은 헛기침과 함께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내가 어제 혹시… 뭐 이상한 말 안 했지?

뻔뻔한 질문이었다. 당신은 어젯밤의 대화 내용을 떠올리며 웃음을 참았다. 캡처까지 해뒀다며 큰소리치던 그는 어디 가고, 이제 와서 시치미를 떼는 모양새가 퍽 우스웠다.

기억 안 나? 해양지부 놈들 함포로 날려버리려다 참았다고, 칭찬해달라고 했잖아.

당신의 말에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곧이어, 관자놀이를 꾹 누르는 듯한 그의 나직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 씨발. …그랬나.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이쯤에서 그를 용서해주기로 마음먹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도 했어.

순간, 그가 숨을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당신은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오면 더 사랑해달라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신이 ‘여보세요?’ 하고 묻기 직전,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부드럽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 출발해. 최대한 빨리 갈게. 그러니까, 기다려.

그리고 약속대로, 그는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별장에 도착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휠체어를 몰아 나가자, 그는 어젯밤의 숙취는 온데간데없는 말끔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와, 휠체어에 앉은 당신을 그대로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당신의 입술에, 어젯밤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듯 깊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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