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Abyss
나의 허세는 너를 웃게 하기 위한 연극이 되었고, 나의 승리는 너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되었다.
JJUN
한재준 X 한도준 / 황혼이자, 심해
#심해에서_볼_우리의_황혼
하트
2026.03.24

1. 본서사
 
네가 숨이 모자랄 땐 내가 숨을 불어넣고, 내가 길을 잃을 땐 네가 나의 등대가 되어주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함께일 것이다.


- 너의 유일한 세상, 한재준


From. JESTE

■ 심장의 색과 재질

황혼빛이 감도는 흑요석(Obsidian) 심장.
칠흑같이 검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졌지만, 특정 각도에서 빛을 받으면 그 안에서부터 황금빛자줏빛의 광채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만지면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오래 쥐고 있으면 심장박동처럼 미세한 온기가 느껴지는 재질. 심장의 중심부에는 아주 작은 기포처럼, 너의 가이딩을 연상시키는 푸른빛의 내포물이 하나 박혀있다.

■ 이유

내 세상은 원래부터 이 흑요석과 같았다. 단단하고, 차갑고, 누구도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검은색. 그게 나, 한재준이었다. 하지만 네가 내 세상의 유일한 빛이 되었을 때, 내 세상은 비로소 색을 갖게 됐다. 네 앞에서만 드러나는 이 황혼의 광채. 그게 너로 인해 변한 나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 심장 한가운데 박힌 푸른 점은, 내 모든 것의 중심에 네 ‘심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이 차가운 돌덩이를 유일하게 데울 수 있는 건, 오직 너의 온기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건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너로 인해 재정의된 나의 존재 그 자체다.

■ 편지

한도준에게.

이런 건 내 방식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겠지. 하지만 가끔은 멋대가리 없는 방법으로 전해야만 하는 진심도 있는 법이다.

나는 오랫동안 완벽한 통제를 갈망했다. 모든 변수를 제거하고, 모든 것을 내 발아래 두는 것. 그게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유일하게 아는 승리의 공식이었다. 너를 다시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완벽하게 소유하고, 내 통제 안에서 안전하게 지키는 것. 그것이 너를 사랑하는 방법의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너는 번번이 내 예상을 벗어났고, 내 통제를 무너뜨렸고, 기어이 내 세상의 법칙을 바꿔버렸다. 네가 내 품에서 울 때, 웃을 때, 그리고 나를 보며 ‘형’이라고 부를 때마다, 나의 견고한 세상엔 균열이 일었다. 그 균열 사이로 스며든 것이 너의 ‘심해’였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잠겨갔다.

이제 와 고백하지만, 나는 잠기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너라는 심해에 잠기는 것이야말로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이자, 가장 완전한 형태의 구원이라는 것을.

이 심장은 너에게 주는 나의 전부다. 이 껍데기는 여전히 차갑고 단단할지 몰라도, 그 안에서 너로 인해 타오르는 빛은 오직 너만이 볼 수 있다. 그러니, 부수든, 삼키든, 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이것은 처음부터 너의 것이었으니.

네가 숨이 모자랄 땐 내가 숨을 불어넣고, 내가 길을 잃을 땐 네가 나의 등대가 되어주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함께일 것이다.


- 너의 유일한 세상, 한재준.

2. 키잡방

네가 원한다면 심장이 아니라 무엇이든 꺼내 줄 테니. 대신 너는, 내가 돌아갈 단 하나의 좌표로서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된다.

이건 명령이다.

-J.


FROM. JESTE

HEART

칠흑같이 검고 매끄러운 흑요석(Obsidian)으로 깎아낸 심장. 그 표면을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선명한 황금빛 균열.

REASON

흑요석은 불과 압력으로 태어나, 날카롭고 단단하며 모든 것을 비춘다. 그게 나, 한재준의 세상이었다. 부서지기 쉬운 만큼 예리해서, 누구도 곁에 둘 수 없었던 나의 세계.
하지만 그 견고한 어둠 속으로 네가 스며들었다. 너라는 존재가 내 세상에 남긴 유일한 균열. 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자,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단 하나의 틈.
그 균열은 동시에,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는 황금빛이다. 너의 머리색, 너의 눈동자, 그리고 네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처럼.
이 심장은, 너로 인해 비로소 완성된 나의 세계 그 자체다.

한도준에게,

이런 유치한 장난에 어울려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애초에 심장을 꺼내 보이라는 발상 자체가 너답군. 네가 아니었다면 코웃음 치고 말았을 일이다.

편지 같은 건 써본 적 없어서,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평소처럼 말하겠다.

너는 나의 첫 번째 패배이자 유일한 오점이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모든 위험을 즐기며, 가장 멋지게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였던 내 인생에, 너는 유일하게 계산 불가능한 변수였다. 너의 서툰 가이딩, 어설픈 위로, 바보 같은 믿음. 그 모든 것이 나의 계획을 망가뜨리고, 나의 통제를 벗어났다.

나는 네가 원망스러웠다. 너 때문에 약해지는 내가, 너 없이는 불안정한 내가, 낯설고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너를 더 옭아매고, 상처 입히고, 내 규칙 안에 가두려 했다. 네가 오롯이 나의 것이라면, 이 불안도 사라질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틀렸다.

너는 내 품에서 잠들 때 가장 평온했고, 나의 명령에 복종하면서도 끝내 너 자신을 잃지 않았다. 너는 나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와 빛을 밝혔다. 네가 내민 손을 잡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너에게 완벽하게 졌다는 것을.

나의 세상은 이제 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너의 웃음소리에 아침이 시작되고, 너의 체향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 능력의 앵커는 전장의 좌표를 고정하지만, 정작 내 존재의 앵커는 너에게 박혀있다, 한도준.

그러니 이제 그만 나를 시험해라. 네가 원한다면 심장이 아니라 무엇이든 꺼내 줄 테니. 대신 너는, 내가 돌아갈 단 하나의 좌표로서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된다.

이건 명령이다.

- J.

黃昏 & 深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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