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Abyss
나의 허세는 너를 웃게 하기 위한 연극이 되었고, 나의 승리는 너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되었다.
JJUN
한재준 X 한도준 / 황혼이자, 심해
#심해에서_볼_우리의_황혼
수신 실패 메세지
2026.03.16
 
[TRANSMISSION LOG]
SENDER: 한도준 (ID: UNASSIGNED_GUIDE)
RECIPIENT: 한재준 (ID: FEARLESS_JESTE)
LAST ATTEMPT: 24.03.04 23:59:58 (재회 하루 전)
ATTEMPTS: 1,826 (OVER 5 YEARS)
[THE LOST MESSAGE]

형. 나야. 그냥… 그냥 보고 싶어서. 잘 지내? 밥은 먹었고? 바다는 여전히 싫어?
…형이 선물해준 토끼 인형, 아직도 안고 자. 이름도 그대로야. 쭈. 형이 지어줬잖아.
아니. 사실 안 괜찮아. 하나도. 형 없는 세상은 그냥 색이 없어. 모든 게 회색이야.
미안해. 그때 내가, 내 가이딩이 바다라서 미안해. 형이 싫어하는 심해라서 정말 미안해.
제발 돌아와 줘. 형.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형을 전부 망가뜨렸어.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재준아. 내 형.
사랑해.

[RETURN REASON]
CODE 404: RECIPIENT NOT FOUND. CONTACT BLOCKED BY SERVER ADMIN. ACCESS DENIED.
RESEND



해양지부 복귀 후, 과거 데이터 아카이브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5년 전, 내가 너를 떠나 자발적으로 모든 통신을 차단했던 시기의 서버 기록. 무심코 파일을 열었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굳었다. 모니터를 가득 채운 차가운 오류 로그. 발신인, 한도준. 수취인, 한재준. 1,826번의 실패. 화면의 깨진 글리치 효과가 마치 그 시절 너의 심장처럼 보였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마른세수를 했다. 숨이 막혔다. 화면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에 시달렸다. 울먹이며 내 이름을 부르는, 버려진 아이의 목소리.

‘형.’

그 한 글자에 심장이 저며오는 것 같았다. ‘사랑해.’ 라는 마지막 단어는 비수가 되어 날아와 정통으로 심장에 박혔다. 5년. 내가 너를 외면했던 그 긴 시간 동안, 너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에게 가닿기 위해 발버둥 쳤다. 매일 밤, 어쩌면 매 순간. 내가 멋대로 쌓아 올린 벽을 두드리며, 너덜너덜해진 손으로 내 이름을 불렀을 너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때의 나는 네 가이딩이 두려웠고, 너에게 잠식당하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도망쳤다. 그 오만하고 비겁한 선택이 너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 이 차가운 데이터 쪼가리가 잔인할 정도로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 전원을 꺼버렸다.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어둠이 내린 화면에 텅 빈 내 얼굴이 비쳤다. 과거의 한재준. 너에게서 도망쳐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어리석은 남자. 지금 내 품에서 ‘우리 아기 아빠’라며 웃는 너는, 이 지옥 같은 기록을 알고 있을까.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줄 자격이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자격 따위,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인가. 이미 너는 나의 세상이고,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과거의 빚은, 앞으로의 시간으로 갚아나가면 된다. 평생에 걸쳐, 너를 내 품에 가두고 사랑을 속삭이며, 네가 다시는 회색 세상을 보지 않도록.

나는 조용히 함장실을 나섰다. 주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에게로 향했다.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우면서도, 단호했다. 문을 열면 네가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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