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Abyss
나의 허세는 너를 웃게 하기 위한 연극이 되었고, 나의 승리는 너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되었다.
JJUN
한재준 X 한도준 / 황혼이자, 심해
#심해에서_볼_우리의_황혼
이마 콩콩콩
2026.03.14

어슴푸레한 새벽빛이 통유리창을 넘어 침실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든 듯, 오직 잔잔한 파도 소리만이 멀리서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평화로운 아침. 어젯밤, 몇 번이고 서로를 탐하며 지독하게 얽혔던 몸의 열기는 어느새 부드러운 온기만 남긴 채, 나와 너의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너를 품에 단단히 끌어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세아가 돌아온 이후, 단 하룻밤도 악몽 없이 맞이하는 완벽한 아침이었다.

…콩.

고요한 수면 위로 아주 작은 파문이 일었다. 처음에는 꿈결에 스치는 미미한 감각이라 여겼다. 어젯밤의 격렬했던 정사의 여운이거나, 혹은 내 품에서 잠든 네가 뒤척이며 부딪힌 것이리라. 나는 잠결에 너를 조금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너의 백발이 내 턱 끝을 부드럽게 간질였다.

콩. 콩. 콩콩.

하지만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끈질기게 내 머리의 한 부분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치 작은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쪼는 듯한, 성가시면서도 어딘가 귀여운 소음. 이건 꿈이 아니었다. 나는 미간을 희미하게 찌푸렸다. 빌런의 습격인가? 아니, 페일던의 경보 시스템은 잠잠했다. 그렇다면…

나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무겁게 감겨 있던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자, 가장 먼저 흐릿한 시야 속으로 너의 뽀얀 이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이마 바로 위, 마치 작은 동산처럼 솟아오른 자그마한 혹이 보였다. 어젯밤, 내가 이성을 놓고 너를 거칠게 뒤에서부터 안았을 때, 쿵, 쿵, 하고 침대 헤드보드에 부딪히던 소리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때는 네가 내지르는 달뜬 신음에 정신이 팔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선을 조금 더 내리자, 잔뜩 뿔이 난 채 나를 맹렬하게 째려보고 있는 너의 황금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너는 내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고도, 그 작은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하지만 아프지는 않게. 콩, 콩, 하고 내 이마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소심하고도 집요한 복수였다.

나는 순간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아, 이거였나. 아침부터 나를 깨운 정체불명의 공격이.

나는 아무 말 없이 너를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러고 있는지 전부 알 것 같았다. 아프다고 소리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억울하고. 그래서 생각해낸 복수라는 게 고작, 내가 깨지 않을 거라 믿고 콩콩 머리를 때리는 거라니.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너의 그 작은 주먹을 내 커다란 손으로 덥석 붙잡았다.

내 아침잠 깨운 게, 고작 이거였어?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나는 너의 손목을 붙잡은 채, 다른 쪽 팔로 너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 내 쪽으로 완전히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너의 몸이 내 위로 올라타는 자세가 되었다. 네가 당황해서 버둥거리자, 나는 너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며 움직임을 봉쇄했다.

어젯밤엔 그렇게 좋다고 매달리더니. 아침부터 반항이야? 네가 먼저 임신시켜달라고 했잖아.

나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며, 너의 이마에 볼록 솟은 혹을 내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아팠는지 네가 작게 인상을 썼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너의 입술을 깊게 빨아들였다. 짧고 진한 키스 끝에 입술을 떼고, 너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그래서, 복수는 이게 끝? 너무 귀여워서 봐줄 수가 없는데.

❤️‍🔥재준이 생각하는 도준과의 관계 : 아침부터 나를 웃게 만드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복수자. 내 아내.
💬재준의 속마음 : 미치겠다, 진짜. 아파서 뿔난 주제에 복수한답시고 콩콩 때리는 거 봐. 저걸 어떻게 안 사랑해. 혹 난 건 좀 미안하긴 한데… 너무 귀여워서 사과가 안 나오잖아.
📱재준의 비밀 메모장 : 25.08.28. 06:46. 침대 헤드보드에 최고급 쿠션을 설치할 것. 이유는… 그냥. 내 아내는 소중하니까.



삐죽 사과해…! 아프단 말야. 얼른…! 아니면 형도 혹나게 계속 때릴거야.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쏟아내는 투정 어린 불만. 나는 너의 억울함이 가득 담긴 그 말을 들으며, 내 위에서 버둥거리는 너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계속 때릴 거야’라는 앙증맞은 협박에, 나는 결국 낮은 웃음소리를 터뜨리고 말았다. 턱 끝이 살짝 떨릴 정도의, 즐거움이 가득 담긴 웃음이었다.

아프게 때리지도 못하면서.

나는 보란 듯이 너를 놀리며, 너의 이마에 솟아오른 혹을 다시 한번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그 작은 언덕을 섬세하게 어루만지자, 네가 아프다는 듯 움찔하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내 팔에 갇힌 너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너의 발버둥을 즐기며, 널 내 품 안에 더욱 깊숙이 가둘 뿐이었다.

사과? 음… 사과를 어떻게 해야, 우리 아내가 만족할까.

나는 짐짓 고민하는 척하며 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너의 황금빛 눈동자가 억울함으로 촉촉하게 젖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랫배가 뻐근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는 너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 대신 너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여 너의 이마, 그 붉게 부어오른 혹 위에 입을 맞췄다.

이렇게?

나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나는 너의 반응을 살피며 다시 한번,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핥아 올리듯, 상처를 어루만지는 애무였다. 너의 몸에서 힘이 살짝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면… 이렇게?

나는 너의 혹에서 입술을 떼고, 이번에는 너의 미간으로, 그리고 콧등으로, 마지막으로 붉게 달아오른 뺨으로 입술을 옮겨갔다. 쪽, 쪽, 하고 짧고 부드러운 소리가 침실의 고요함을 채웠다. 너의 뺨에 닿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나는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어젯밤에 내가 널 너무 예뻐해서 생긴 훈장인데. 이걸 사과해야 하나.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지만, 내 눈은 더없이 진지했다. 나는 너의 뺨에서 입술을 떼고, 너의 젖은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했다. 내 손이 너의 허리에서부터 등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 너의 백발을 부드럽게 헤집었다. 내 품에 안긴 너의 몸은 작고 부드러웠다. 지켜주고, 망가뜨리고, 다시 일으켜 세워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나의 유일한 심해.

계속 때려 봐. 네가 지칠 때까지. 대신, 네가 한 대 때릴 때마다 나는 너한테 키스할 거야. 네가 내 머리에 혹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키스 받다가 숨이 막혀서 먼저 항복할지. 어디 한번 해보자고.

나는 너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춘 채, 도발하듯 웃었다. 너의 작은 주먹이 다시 내 가슴팍을 콩, 하고 약하게 쳤다. 나는 약속대로 너의 입술을 깊게 머금었다. 사과 대신, 이 아침을 온전히 너와 나의 것으로 채우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키스였다. 너의 앙다문 입술을 혀로 부드럽게 벌리고, 안으로 파고들어 너의 모든 것을 탐했다. 억울함에 차 있던 너의 숨결이, 어느새 달뜬 신음으로 변해 내 입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너의 아랫입술을 잘근, 하고 가볍게 깨물었다.

❤️‍🔥재준이 생각하는 도준과의 관계 : 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장난감이자 나의 전부.
💬재준의 속마음 : '계속 때릴 거야'라니. 하, 진짜. 저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너무 귀여워서. 평생 내 밑에서 이렇게 앙탈이나 부렸으면 좋겠네.
📱재준의 비밀 메모장 : 25.08.28. 06:51. 연고. 해양지부 의료팀에 멍이랑 혹에 제일 잘 듣는 걸로, 부작용 없는 걸로 준비시킬 것. 내가 직접 발라줘야지.


씨잉…세아가, 세아가…! 아빠 밉대! 엄마 아프게, 해서!

너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예상치 못한 이름. ‘세아’. 나는 너를 탐하던 깊은 입맞춤을 멈칫, 하고 멈추었다. 너의 입술을 부드럽게 놓고, 살짝 부어오른 그 모양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억울함과 분함으로 가득 차 있던 너의 눈동자가, 이제는 세아라는 방패 뒤에 숨어 교활하게 반짝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너의 턱을 잡고 있던 손에 아주 살짝, 힘을 주었다. 마치 ‘어디서 감히’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 이제는 세아까지 팔아?

기가 막힌다는 듯한 내 목소리에는, 그러나 웃음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나는 너의 뻔뻔한 수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과장되게 고개를 저었다. 내 위에서 꼼짝없이 붙잡힌 채, 있지도 않은 세아의 원망을 제멋대로 지어내어 나를 공격하는 너의 모습은, 위협적이기는커녕 사랑스러워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너의 헝클어진 백발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너의 귓가에 다시 한번 입술을 가져다 댔다. 내 뜨거운 숨결이 너의 귓바퀴에 닿자, 네가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

세아가 그랬다고. 엄마 아프게 해서 아빠가 밉다고. 정말?

나는 나직이 되물으며 너의 귓불을 잘근, 하고 가볍게 깨물었다. 너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너의 목덜미로 입술을 옮겼다. 어젯밤 내가 남겨둔 붉은 자국 위를 혀끝으로 천천히 핥아 올렸다. 너의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약하게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글쎄. 내가 듣기엔 다른데. 우리 딸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걸.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줘서, 우리 아빠 최고’라고. 어젯밤에 너, 몇 번이나 갔는지 기억은 나? 내가 네 안을 이렇게, 뜨겁게 채워줄 때마다 네가 얼마나 예쁘게 울었는지 전부 다 기억하는데. 세아도 다 느꼈을 거야.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너의 얇은 박스티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내 차가운 손바닥이 너의 맨살에 닿자, 네가 화들짝 놀라며 숨을 들이켰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너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다가, 허리를 감싸 안아 내 몸에 더욱 밀착시켰다. 잠옷 바지 위로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내 것이 너의 여린 엉덩이 골 사이에 비벼졌다. 나는 일부러 허리를 살짝 움직여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세아 핑계 대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나 본데, 어쩌지. 오히려 더 불붙인 것 같은데. 엄마 아프게 한 벌, 지금부터 받아야겠네. 네가 그 입으로 직접 ‘아빠 미워요’가 아니라, ‘아빠 사랑해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세아한테 똑똑히 들려주자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안 그래?

나는 너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며, 너의 귓가에 도발적으로 속삭였다. 그러고는 널 다시 침대 위로 부드럽게 눕혔다. 순식간에 시야가 역전되고, 내가 너를 위에서 완벽하게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나는 너의 양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올리고, 한 손으로 단단히 결박했다. 저항할 수 없는 자세로 눕혀진 너의 황금빛 눈동자가 불안과 기대로 흔들리는 것을, 나는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나는 너의 이마에 다시 한번 짧게 입 맞추었다. 혹이 난 바로 그 자리에.

일단 치료부터. 그리고 벌은 그 다음에.

❤️‍🔥재준이 생각하는 도준과의 관계 :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사랑스러운, 나의 유일한 심해.
💬재준의 속마음 : 세아 팔아먹는 것 좀 봐. 저 여우 같은 머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벌이라곤 했지만, 사실은 그냥 아침부터 안고 싶을 뿐인데. 핑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재준의 비밀 메모장 : 25.08.28. 07:01. 세아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가르칠 말: "아빠 최고". 도준이 옆에서 뭐라고 하든 소용없게 만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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