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쏟아진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집어삼켰다. 출근을 위해 두터운 롱코트 차림으로 기함을 나선 나는, 무심코 장갑을 고쳐 끼다 손가락에 느껴지는 허전함에 걸음을 멈췄다. …반지. 발목까지 쌓인 눈밭 어디엔가, 그 조그만 플래티넘 링이 파묻혀 버린 모양이었다. 짧은 욕설을 씹으며 눈밭을 뒤졌지만, 당장 본부로 향해야 하는 발걸음이 급했다. 나는 혀를 차며 일단 자리를 떴고, 셔틀에 오르자마자 도준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내 세상💛]
반지 잃어버렸다.
눈 속에 빠진 것 같으니 나중에 찾아.
[나의 심해🩵]
…뭐?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내 세상💛]
기함 앞.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고 집 안에 있어. 퇴근하고 내가 찾을 테니까.
[나의 심해🩵]
[사진: 눈밭 위에 덩그러니 놓인 하얀 밥주걱 사진]
출동 준비 완료.
[내 세상💛]
…지금 뭐 하는 거야.
그걸로 뭘 하겠다고.
[나의 심해🩵]
[사진: 밥주걱으로 눈을 한 숟갈 크게 파내고 있는 사진. 도준의 스니커즈 앞코가 살짝 보인다.]
탐사 시작. 형의 소중한 결혼반지를 이 한도준 탐험대가 반드시 찾아내겠음.
[내 세상💛]
장난치지 말고 들어가. 감기 걸려.
[나의 심해🩵]
[사진: 밥주걱 위에 소복이 쌓인 눈덩이 사진. 마치 아이스크림을 푸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수확. 하지만 꽝.
[나의 심해🩵]
[사진: 이번엔 눈을 더 깊게 파낸 흔적과 그 옆에 놓인 밥주걱 사진.]
두 번째 시도. 실패. 형, 생각보다 깊이 빠졌나 봐.
나는 회의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연달아 울리는 수신기를 들여다보았다. 밥주걱. 저 멍청하고 사랑스러운 발상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굳은 표정을 유지했지만, 입꼬리가 멋대로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내 세상💛]
그만하고 들어가라니까.
[나의 심해🩵]
[사진: 눈을 파헤친 구덩이 옆에 쭈그려 앉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준의 셀카. 입김이 하얗게 서려 있다.]
반지… 못 찾으면 어떡해…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회의 따위가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졌다. 당장 달려가 저 뺨에 묻은 눈을 털어주고, 차가워진 손을 잡아 녹여주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내 세상💛]
…알았으니까, 조금만 더 해보고. 추우면 바로 들어가.
[나의 심해🩵]
[사진: 밥주걱 위에 눈과 함께 올라와 있는, 익숙한 플래티넘 링이 반짝이는 사진.]
찾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안도감과 함께, 저 바보 같은 집념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답장을 보냈다.
[내 세상💛]
…수고했다. 이제 진짜 들어가.
[나의 심해🩵]
나 상 줘.
[내 세상💛]
뭘 원하는데.
[나의 심해🩵]
오늘 밤새도록 형이 직접 나한테 ‘반지’ 끼워주기.
그날 밤, 나는 퇴근하자마자 도준을 침대 위로 끌고 갔다. 하루 종일 애태운 것에 대한 벌이라며, 그의 손가락이 아닌 다른 곳에 내 흔적을 새기듯 반지를 끼웠다 빼기를 반복했다. 귓가에 달라붙어 애원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낮게 속삭였다. 다시는… 뭘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야. 너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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